여러분은 “감정평가”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보석 감정사, 고미술품 감정사, 혹은 병아리 감별사를 떠올리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저 역시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주변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감정평가사가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그 업무 범위와 종류를 차근차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감정평가란 무엇인가?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이하 “감정평가법”) 제2조 제2호에서는 감정평가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감정평가”란 토지등의 경제적 가치를 판정하여 그 결과를 가액(價額)으로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한 줄로 정리하면 “대상의 경제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환산해 표현하는 행위”가 곧 감정평가입니다.
감정평가의 대상은 어디까지일까?
가장 흔하게는 부동산이 대상이지만, 평가 범위는 훨씬 넓습니다.
- 토지·건물 등 부동산
- 기계기구, 자동차
- 공공기관·학교의 집기 및 시설
- 권리금, 영업권
- 특허권, 상표권 등 무형자산
유형 자산부터 무형 자산까지, “경제적 가치가 있는 거의 모든 것”이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감정평가사가 수행하는 주요 업무
감정평가는 평가 목적에 따라 종류가 나뉘며, 감정평가서에도 그 목적이 반드시 기재됩니다. 평가업계에서 비중이 큰 업무들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담보평가
업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무 중 하나가 담보평가입니다. 부동산 매매에 따른 잔금 대출, 신축건물의 공사비 대출, 생활비·사업자금 마련을 위한 부동산 담보대출 등이 대표적입니다. 부동산 소유자가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면, 은행은 협약된 감정평가법인을 통해 감정평가서를 발급받아 대출 절차를 진행합니다.
2. 경매평가와 공매평가
담보로 잡힌 부동산의 이자 연체나 채권 회수가 어려워지면 채권자는 경매를 진행하게 되고, 이때 경매평가가 이뤄집니다.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영역이기도 하죠.
비슷해 보이지만 결이 다른 평가가 공매평가입니다. 간단히 구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경매평가 — 채권 회수를 위한 평가
- 공매평가 — 세금 추징을 위한 평가
3. 보상평가
택지개발사업, 도로사업, 하천정비사업, 선하지 보상 등 공익사업을 위해 개인의 토지를 수용할 때, 그 토지에 대한 보상액을 산정하는 평가가 보상평가입니다. 일련의 절차는 일반적으로 다음 순서로 진행됩니다.
- 사업인정 전 협의보상평가
- 사업인정 후 협의보상평가
- 수용재결평가
- 이의재결평가
- 소송평가
현장조사 과정에서 토지 소유자와의 충돌 등 험악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4. 재개발·재건축 관련 평가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영역 중 하나입니다. 사업 단계별로 다양한 평가가 필요한데,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절차가 있습니다.
- 무상 양수도 평가
- 종전자산평가 — 조합원의 권리가액 산정의 기준
- 종후자산평가
- 현금청산평가
재개발 지역 부동산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분이라면, 일련의 평가 과정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훨씬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5. 세무 관련 평가
세금이 얽힌 거래·신고에서도 감정평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대표적인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 상속·증여세 평가
- 부가가치세 관련 평가
- 현물출자 평가
- 개인사업자 법인전환 시 무형자산 평가
- 법인 매매 등에서의 시가참조 평가
6. 표준지 공시지가 평가
매년 평가사들은 지역별로 배정을 받아, 다음 해 1월 1일자 공시지가 산정을 위해 추석 무렵부터 현장조사를 다닙니다. 인적이 드문 산지나 농지를 혼자 돌아다니다 보면 뱀, 고라니, 멧돼지를 만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참고로 보상평가와 표준지 공시지가 평가를 수행할 때 감정평가사는 준공무원의 지위를 갖게 되며, 행정적 벌칙 규정 역시 공무원에 의제되어 엄중하게 적용됩니다.
감정평가사의 법적 지위와 명칭 보호
국가 전문자격이라는 특성상, 감정평가사는 업무 영역에 대해 매우 민감합니다. 오랫동안 회계사와의 업무 영역을 놓고 다툼이 있어왔고, 법규정상 모호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원 판단을 구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감정평가”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유사한 평가행위를 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어, 협회 차원에서 소송으로 대응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감정평가법」 제22조 제2항은 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에 따른 감정평가사가 아닌 사람은 “감정평가사” 또는 이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할 수 없으며, 이 법에 따른 감정평가업자가 아닌 자는 “감정평가사사무소”, “감정평가법인” 또는 이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즉, 감정평가사 자격이 없는 개인이나 기관은 “감정평가”라는 명칭을 사용한 경제활동을 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동법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감정평가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종류의 평가가 있는지를 큰 틀에서 살펴봤습니다. 담보·경매·보상·재개발·세무·공시지가까지, 생각보다 훨씬 넓은 영역에서 우리 일상과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느껴지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제가 답변드릴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필요한 경우 추가로 공부를 해서라도 성심껏 알려드리겠습니다.